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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로망' 황제교육

서울 미아동 영훈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하게 드러난 데이터나 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세계 최고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사교육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이제 말을 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이미 심각해진 상태다.

헌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과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사교육비만 세계 최고일까? 또 사교육을 통한 사회양극화만 일어나고 있을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공교육을 통해서도 사회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발표된 '2009 OECD 교육지표'에 의하면, 공교육비 중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사부담 공교육비'의 비율(민간부담률) 역시 세계 최고였다. 우리나라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2.9%로 OECD 평균(0.8%)의 3배를 웃돌며 2년 연속으로 가장 높았다. 유럽 국가들의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핀란드 0.1%, 이탈리아 0.3%, 프랑스 0.4%, 독일·영국 0.7% 등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는 물론이고 민간 부담 공교육비(등록금 등 학비)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부담 공교육비, 즉 학부모와 학생이 부담하는 공교육비는 얼마나 될까?

[학부모가 부담하는 학비]

- 사부담 공교육비 = 납입금 + 수익자부담금

- 납입금 = 입학금, 수업료, 수험료 등

- 수익자부담금 = 학교운영비, 방과후학습비, 급식비, 현장학습비 등

학부모와 학생이 공식적으로 학교에 내는 돈을 '사부담 공교육비'라고 한다. 이 사교육 공교육비는 납입금과 수익자부담금으로 나누어지는데, '납입금'은 입학금, 수업료, 수험료 등 모든 학생들이 내는 것을 의미하고, '수익자부담금'이란 학교운영비, 방과후학습비, 급식비, 현장학습비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체로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본인이 부담하는 학비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1% '황제교육 엘리트코스'를 마치려면?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중학교 졸업생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99%를 넘는다. 거의 모든 국민이 다니는 학교지만 모두 같은 학교가 아니다. '귀족학교'라 불리는, 대한민국 상위층들이 다니는 학교는 코스 자체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을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사립초등학교와 국제중을 거쳐,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 진학시킨 뒤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이 대한민국 최상위층들이 꿈꾸는 이른바 '황제교육 엘리트 코스'다.

그렇다면, 이런 황제교육 코스를 모두 마치려면 학비, 즉 사부담 공교육비는 얼마나 들어갈까?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안민석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사립학교 예결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반 서민들은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 들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단계별로 얼마의 '사부담 공교육비'가 들어가는지 확인해보자.

   

[1단계] 사립초등학교 : 학비 최고 1천만원, 평균 658만원

사립초등학교의 연간 학비가 900만원을 넘어 1천만원에 이른다.

2008년 현재 서울에만 41개교의 사립초등학교가 있고 2400여 명의 학생들이 이곳에 다니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76개교에 4만5000여 명의 재학생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 2008년 현재 1년에 많게는 1천만원, 평균 658만8천원의 학비를 내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로 계산하면 6년 동안 1인당 최대 6천만원, 평균 4천만원에 이른다. 서민으로서는 꿈도 못 꾸는 엄청난 학비다.

[2단계] 국제중 : 청심국제중 연간 1300만원출처 : 1%의 로망, '황제교육코스' 얼마나 들까? - 오마이뉴스

청심국제중의 1년 학비는 1300만원이 넘는다. 3년동안 다니려면 4천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역시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는 어떤가? 서울에는 올해 개교한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 등이 있는데 아직 2009년 결산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학비를 계산할 수 없다. 경기도 가평군에는 청심국제중(정확하게는 중고합동 과정이라 청심국제중고등학교가 맞다)이 있다.

이 학교는 납입금보다 수익자부담금이 더 많아 2007년과 2008년 1인당 평균 학비가 1300만원이 넘는다. 이를 졸업 시까지 3년으로 계산하면 4천만원이 넘는다. 황제교육 코스 2단계 역시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3단계] 자립형사립고 or 특목고 : 최고 1600만원, 평균 1천만원

민족사관고는 1년 학비가 1600만원이 넘는 등,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려면 1년 평균 1천만원이란 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는 좀 복잡하다. 사립고등학교라 하더라도 유형이 워낙 다양하다. 그러나 대체로 최상위층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는 자립형사립고와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인 것이 분명하다. 이들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면 학비가 얼마나 들어갈까?

2009년 현재 전국적으로 자립형사립고는 6개교이고 재학생 수는 5천여명 정도다. 여기에 내년부터 서울에 하나금융이 운영하는 하나고등학교가 새로 개교한다. MB정부는 이를 모델로 해 전국적으로 100개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얼마 전 25개 일반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지정했다.

이들 자립형사립고의 1년 학비는 민족사관고의 경우 1600만원을 상회하고 있고, 상산고의 경우도 8백만원을 넘는 등 평균적으로 1천만원에 이른다(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는 회사에서 임직원 복지 차원으로 운영하는 학교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자립형사립학교와는 구분되어 통계에서 제외한다).

이 역시 3년 졸업 시까지로 하면 최고 4800만원에 이르고, 평균적으로도 3천만원의 학비를 내야만 다닐 수 있는 귀족학교다.

서울 소재 외국어고의 연간 학비가 800만원을 넘고, 평균도 700만원이 넘는다. 

또 다른 고등학교 유형으로 최상위층이 선호하는 학교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다(국제고는 국제중과 비슷하므로 일단 제외함). 서울에만 6개의 외국어고가 있고, 4천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9개의 사립 외고가 있는데 각 지방자치단체서 앞 다투어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소재 외국어고의 1인당 1년 학비는 서울외고 850만원, 대일외고 790만원 등 2008년 평균 700만원이 넘었다. 3년 학비는 당연히 최대 2500만원에 평균 2100만원에 이른다. 이 역시 보통 서민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치임에 틀림없다.

또 다른 특목고인 예술계 특목고 역시 비슷하여 최고인 선화예고의 경우 800만원에 이르고 서울 소재 예술계 특목고 학비는 평균적으로도 700만원을 상회했다.

[4단계] 대학교 : 사립대 연간 등록금 1천만원 시대

우리나라 174개 4년제 대학 중 86%인 149개가 사립대학교다. 전문대학교는 147개 중 137개로 93%가 사립이다. 이런 사립대학교 등록금이 최고 1천만원, 평균 7백만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4년 만에 졸업한다고 가정해도 최고 4천만원, 평균 3천만원에 이르는 금액이 필요하다.출처 : 1%의 로망, '황제교육코스' 얼마나 들까? - 오마이뉴스

대한민국 상위 1% '황제 교육 코스'를 마치려면 1인당 공식적 학비가 최고 1억 9천만원, 평균 1억 4천만원에 이른다.

지난 9월 발표된 OECD 교육지표에서도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구매력환산지수로)연간 8519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사립초등학교에서 국제중을 거쳐 자립형사립고 또는 외고 등 특목고를 졸업하고 사립대학을 졸업할 경우 1년 공교육비(공식적 학비)만 최고 1억 8700만원, 평균 1억 3700만원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만약 자녀가 둘이라면 학비만 3~4억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어유치원 등 사립유치원을 더하고, 이런 코스에 들어가기 위해 들여야 하는 부수적인 사교육비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올 것이 뻔하다. 대한민국 최상위층이 아니면 꿈도 꾸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저 생계비 80만원, 비정규직 8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은 꿈도 못 꿔볼 '코스' 아닌가. 하지만 MB정부는 이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자율형사립고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중 등 특성화학교를 계속 늘리겠다고 한다. 때만 되면 '서민'을 외치는 MB정부건만, 교육정책을 논할 때는 '서민'이란 단어를 잊고 마는 모양이다.

아무리 뜯어보고 따져 봐도 '강부자'를 위한 교육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어 보인다. 이래저래 사교육에 의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공교육마저 이런 모양새로 돌아가 안타깝다. 이로 인해 교육을 통한 양극화와 대물림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교육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