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터넷 중고매매 사이트에서 20만원짜리 게임기를 주문한 직장인 김모(26)씨는 이틀 뒤 택배를 통해 도착한 물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박스를 뜯자 게임기 대신 빈 깡통이 썰렁하게 담겨 있었던 것.
그렇지 않아도 혹시 인터넷 사기에 당하지 않을까 해서 택배 접수번호까지 확인한 뒤 송금을 했던 터라 낭패감은 더욱 컸다. 김씨는 당장 택배 발송자를 확인해 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범인들이 발송자를 기록하지 않는 '편의점 택배'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결과 이 범인들은 어이없게도 장모(19)군 등 10대 2명이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올해 7월부터 두 달 동안 35명에게 3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택배 물품에서 깡통 소리가 나 수상하다는 편의점 여직원 신고로 붙잡긴 했는데, 요즘 10대들의 사기술이 기가 막힐 정도다"라고 말했다.
어른 뺨치는 10대들의 인터넷 사기 행각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2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해킹, 불법사이트 운영, 인터넷 사기 등 전체 사이버 범죄는 12만2,227건으로, 이중 10대의 범죄가 26.6%(3만2,500여건)나 됐다. 10대 범죄 비중이 2006년 13.4%에서 2년 새 2배로 높아진 것이다.
10대 사이버 범죄는 인터넷 판매 사기를 막기 위한 각종 안전결제시스템마저 역이용할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초등생 300여명으로부터 2,700여만원을 등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10대 2명은 휴대폰 소액결제시스템을 악이용한 경우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던 초등생들에게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접근한 뒤, 선물을 받기 위해선 부모의 핸드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 확인이 필요하다고 속였다.
번호를 알아낸 이들은 인터넷으로 물품을 구매하고 해당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를 입력해 결제를 했고, 초등생들은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결제승인 요청을 '이벤트 당첨 확인'으로 착각해 확인 버튼을 눌렀다.
안전 구매를 도입된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마저도 이들의 타깃이다. 에스크로는 구매자가 제3의 계좌에 먼저 입금한 뒤 물건을 받고 나서 승인을 하면 실제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는 제도다.
사기범들은 대포통장 계좌를 개설해놓고는, 구매자의 휴대폰으로 "○○은행 에스크로 담당입니다. △△계좌로 입급하면 안전 처리됩니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심시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려다 돈만 떼인 A씨는 "전화 통화시 고등학생이라 길래 설마 사기칠까 싶었고, 에스크로 계좌라는 메시지 발송처가 은행 콜센터 번호여서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판매 회사의 로고 등을 도용해 아예 가짜 사이트를 만드는 등의 고전적인 수법도 여전하다.
10대 사기범 급증은 이들이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 인터넷에 무방비로 떠다니는 사기수법마저 여과 없이 수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 결제를 악용하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19)군은 경찰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사기치는 방법이 간단한 것을 알게 돼 시도해봤는데 너무 쉽게 돈을 벌어 자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10대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쉽게 사기 수법을 배우는 데다, 미니홈피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개인정보로 대포통장이나 대포폰도 손쉽게 개설하고 있다"며 "인터넷 사기는 남과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어 별다른 죄의식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 한국일보 입력시간 : 200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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