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주민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인터넷에 '천안함 사건은 조작극'이라는 취지의 북한 발표문과 댓글 등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여기에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인터넷 심리전 부대인 '26연락소'가 전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반정부 여론을 선동한 e메일과 팩스를 남한 내 종교·사회단체들에 보낸 지난 주말 일부 진보 성향 단체의 웹사이트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5월 25일)와 '역적패당이 조작한 북 어뢰 공격설의 진상을 논한다'는 노동신문 논평(5월 26일)이 게재됐다.
정보당국이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추적한 결과 이 글들을 올린 ID들은 남한 주민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개설됐으며 해외의 여러 인터넷주소(IP)를 사용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정보당국은 나아가 북한이 국내 진보 단체들의 웹사이트에 가명을 이용해 이 글들을 조직적으로 유포했고, 중국의 조선족 웹사이트 등에도 '천안함을 통해 이익을 얻는 단체'라는 글 등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北 인터넷 부대 '댓글 심리전'
통전부 산하 3개 연락소
진보단체 사이트에 낭설유포
北'공격부인' 동영상 포털 퍼져
정부, 제작경위 등 조사 나서
이와 별도로 대북 단파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1일 '북, 본방송국에서 댓글 심리전을 펼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북한이 익명의 논객으로 가장해 자사 사이트에서 대남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독립군 지원군'과 '똥나무벌레' 등의 필명을 사용하는 인터넷 필자는 "로시아(러시아)의 현대조선연구센터가 남조선의 천안함이 조선 잠수정에 의해 침몰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이는 정치적 성격을 띠는 바 조선을 고립시키고 약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제재를 실시하여 조선을 전복하자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이 필자는 탈북 시인 장진성 씨의 이름을 도용해 "지금 나는 탈북을 후회하고 있다. 정의는 북조선에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유북한방송은 "해당 글들의 IP를 추적한 결과 많은 필명의 글들이 해외에 있는 IP 2개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대 들어 노동당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 내 대남정책과(책임자 채창국 부부장)에 3개 연락소를 만들어 대남 인터넷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26연락소'는 남한 주민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 최근 천안함 사건 대남 심리전의 선봉에 서 있는 조직이다.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벌어졌을 때 정보당국은 북측이 지난 5년간 인터넷 해킹을 통해 최소 165만 명에 이르는 남측 인사의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101연락소'는 웹사이트('우리민족끼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310연락소'는 남한 진보 단체들의 명의를 도용해 인터넷에 북한의 주장을 유포함으로써 남한 내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통전부 출신의 한 탈북자는 전했다.
세 연락소는 2002년 대규모 반미운동으로 번진 '효순·미선 양 사건' 때 활발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은 남한에서 쓰이는 언어(일상어, 속어, 신조어, 기호문자 등)를 수집해 공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박임수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등이 천안함 어뢰 공격을 부인하는 장면을 담은 70여 분짜리 동영상이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시 조선중앙TV가 기자회견 전체를 중계했기 때문에 이 동영상은 북한이 인터넷용으로 제작해 올렸거나 남한 등 외부에서 북한 방송 시청 장비(위성안테나 등)를 갖춘 기관이나 개인이 녹화해 올린 것으로 보인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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