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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율 제일 높고 자살률도 심각

통계로 본 40대 남성의 현주소… 인터넷 검색어 1위는 로또

'이혼율 최고. 사망률 최고. 실낱 같은 소망은 로또 당첨!' 한국의 40대 남성이 갖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다. 한국의 40대 남성과 관련한 여러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최근 정유성 서강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 40대 남성들의 생활과 인권'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수록된 내용과 그동안 각 언론을 통해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통계로 본 40대 남성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가족문화 '일'에 삶의 중심을 두고 살아온 한국의 40대 남성들은 가족과 소통에 서툴다. 부부 사이는 물론 자녀와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정과 가족이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당수 40대가 불안한 결혼 상태에 놓여 있으며 가족 부양이라는 짐을 버거워한다. 부모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전 세대 중 40대 이혼률이 가장 높은 건 당연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 중 이혼을 가장 많이 한 연령대는 40~44세였다. 전체 이혼 건수 11만6500건 중 2만2200건이 40~44세였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돈 벌어다주는 존재'로 인식한다. 대학생 44%가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뿐이라고 답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생활비 부담률은 95.5%로 한국이 세계 1위다. 반면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아버지와 의논한다고 답한 자녀는 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40대는 인터넷에서 어떤 검색어를 가장 많이 찾을까.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의 40대는 1위 '로또'를 비롯해 2위 '환율', 3위 '팍스넷' 등 돈 버는 것과 관련된 검색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교육비 걱정이 많은 40대 가장은 뛰는 환율, 떨어지는 주가로 주머니가 매우 궁핍해진 상황에서 로또라도 당첨되길 바랐던 것이다.

 

 

■취업 및 직장생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총 취업 인구는 2009년 5월 현재 387만8000명이다. 직업 구성은 2007년 기준 임금 근로자 234만, 시간제 근로자 5만, 자영업자 110만5000, 고용주 35만8000명으로 대부분 임금 근로자다. 이들의 근속 기간은 3년 미만 57만, 5년 미만 37만, 10년 미만 70만, 10년 이상 174만 명으로 10년 이상 근속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주당 근로시간은 2007년 기준 36~45시간이 125만, 45~53시간이 99만, 54시간 이상도 143만 명이나 돼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긴 노동시간으로 정평이 난 한국인 중에서도 40대 남성들의 노동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길다.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지난 1월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7%나 늘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경제 불황의 여파가 40대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실업급여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실직하기 전 직장에서 1년도 채 근무하지 못했고, 40대 75% 이상이 앞으로 고용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표1 참조).

근로 여건 만족도는 만족 37.5%(매우 만족 9.6%, 약간 만족 27.9%), 보통 52%, 불만 9.5%(약간 불만 7.2%, 매우 불만 2.3%)로, 비교적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만족도는 2003년 기준 만족 11.4%, 불만족 50.8%, 보통 37.8%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노후에 대한 준비는 별로 해놓지 못했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50대 직장인 10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는 현재 직장을 그만둔 이후 삶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35.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20대(46.4%), 30대(43.4%)에 비해 은퇴 후의 삶에 대한 대비가 더 없었다.

■수명&사망률 40대는 자신들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신체의 변화로 깨닫기 시작하는 시기다. 피부가 탄력을 잃고 눈 가장자리에 주름이 생겨난다. 이마와 목 부위에 주름이 생기고 턱이 처진다. 시력 감퇴와 생식 능력 감퇴도 두드러진 변화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신체 내부 질환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집중되면서 몸의 기능이 20대의 80%로 떨어지고 암이나 뇌혈관, 심장질환과 같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 중 기대수명이 더 긴 쪽은 여자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여성과 남성 간 기대수명의 차이는 벌어진다.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79.6세로 10년 사이 5.2년이 늘었고, 45세 기준 기대여명만 해도 남성은 4.2년, 여성은 3.9년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이 82.7세로 남성 76.1세보다 6.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표2 참조).

 

한국의 40대 사망률은 부동의 세계 1위다. 세계보건기구(WTO) 홈페이지에는 여러 국가의 연령별 남녀 사망률을 한데 모은 그래프가 있는데, 어느 나라나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보다 높다. 또 어느 나라든 남녀 사망률은 비슷하게 시작해 20대와 30대에 큰 차이를 보이다가 40대에 접어들면서 비슷해진다. 그런데 그래프에서 유일하게 40~50대에 접어들면서 남성의 사망률이 치솟는 나라가 한국이다(표3 참조).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에서 '엽기적 사실'이라며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40대와 50대 남성들의 목숨이 가장 파리 목숨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40대 사망률은 인구 1000명당 10.7명이다. 의학의 발달로 10년 전에 비해 인구 1000명당 1.1명 줄어든 수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다. 40대에는 간과 심장질환 발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간질환이 40대, 50대 사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대에 시작한 과도한 음주가 20여 년이 지나면서 간질환으로 악화하는 것이다(표4 참조).

그렇다면 40대 전반에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남자는 얼마나 될까. 한국갤럽이 지난해 20~60대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기 건강검진에 대한 국민 태도'를 조사한 결과 40대의 48%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40대의 자살률도 심각하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 50대 자살 사망자 수는 4004명으로 전체 자살 사망자의 33%로 가장 많았다. 남성의 자살충동 원인은 경제적 이유가 2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정불화(7.9%), 질환장애(7%)가 그뒤를 따랐는데 특히 40대의 경우 경제적 문제로 자살하는 이가 많았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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