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어떤 글자인가? 세계적인 석학들과 언어학자들이 앞다투어 한글을 연구하고 우리 보다 더 그 우수성에 감탄을 하는 글자가 아닌가?
퓰리처상 수상자인 미국의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국제적인 과학잡지 디스커버지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기법 체계"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한술 더 떠 유네스코에서는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하고 세종대왕 탄신일을 세계문맹퇴치의 날로 정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마당에 노는 날이 많아 산업생산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휴일에서 제외한다는,
이런 말도 안되는 단순 논리로 한글날을 폄하한다면 그것이 과연 위정자들이 외쳐대는 국가 경쟁력 증가라는 관점에서 진정한 국익이 될것인지 아닌지는
세 살배기 어린애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다행히도 요새 국회에서 소수 의원들에 의해 공휴일 부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하니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과연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셨을까?
하지만 우리는 이처럼 우수한 한글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늘상 쓰는 글이라서 공기처럼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한글은, 집현전 학자 몇몇이 모여서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엄청난 글자이다
가장 간단한 체계로 효율의 극대화를 이루며 이 세상 어느 글자보다 음가(音價)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글자.... 들여다 볼수록 전율이 솟구치는 문자가 아닐 수 없다
월인석보 첫머리에 실린 세종어제 훈민정음
예로부터 말(言語)이나 글(文)에는 이상한 힘이 실려 있다고들 한다
그 글자가 오래 될수록 신비한 능력은 배가(倍加)되는 것이 상례이다
부적을 주로 한자(漢字)로 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물론 라틴어도 그에 못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파워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사어(死語)가 되어 쓰지 않는 글자이지만 그 글의 영험은 여전한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고찰해 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글, 곧 한글에 대한 것이다
어떤 이는 한글의 글자가 오래되지 못해서 힘의 파워가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글로 이름을 지으면 한자로 지은 사람보다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산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아직까지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한글은 세종대왕 때에 갑자기 나온 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군 시절 이전... 그러니까 한자가 생기기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 오던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훈민정음 창제 때 옛 전자(篆字)에 근거하여 만들었다고 하는 기록을 볼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① 언문은 모두 옛 글자를 본받아 되었고, 새 글자는 아니다<非新字也>
언문은 전조선 시대에 있었던 것을 빌어다 쓴 것이다
(세종실록 103권 ; 세종 23년에 발표한 글로서 전조선은 고조선을 뜻한다.)
② 이 달에 상감께서 친히 스물여덟자를 지으시니, 그 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한 것이다
(세종실록 25년 ;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첫 발표문)
③ 언문은 모두 옛글자를 근본삼은 것으로 새로운 글자가 아니며 곧 자형은 비록 옛날의 전문을 모방했더라도 용음과 합자가 전혀 옛것과 반대되는 까닭에
실로 근거할 바가 없는 바입니다
(한글 재창제를 반대하는 최만리와 당대 유학자들의 집단 상소문 중에서)
그렇다면 과연 실록에 전해져 내려오는 그 옛 전자(篆字)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대관절 그 글자가 무엇이건데 그것을 본받아 훈민정음을 만들었단 말인가?
篆字란 갑골문이나 금석문에 새겨져 있는 여러 글자를 가르키는 것으로서,
중국 주(周)나라 의왕(宜王) 때 태사(太史) 주(姝)라는 사람이 갑골(甲骨)·금석문(金石文) 등 고체(古體)를 정비하고 필획(筆畵)을 늘려
대전(大篆)의 서체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어떤 이들은 이것을 이유로 들어 훈민정음이 중국의 한자를 모델로 하여 만들었다고들 하는 이도 있으나
전 한글학회 회장이셨던 故 허웅 선생은, 훈민정음이 고전(古篆) 글자에서 왔다는 것이 아니라, 그 꼴을 본따서(象形) 글자를 만들어놓을 때,
그 象形한 것이 고전의 글자와 비슷한 모양이 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요새는 그리 큰 힘을 받지 못하는 이론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각종 기록에서 옛 전자를 본떴다는 것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한 훈민정음과 유사한 어떤 X라는 문자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 X라는 글자의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어찌됐건 세종대왕 이전에 그 글자가 이미 존재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전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1994년 12월, 문화일보에는 잃어버린 고대문자 가림토 문자비석이 만주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2m높이에 넓이 32cm크기의 탁본 한 점을 공개했다
서울대 이상백 교수가 학생 시절이었던 1930년대에 만주 지역에서 직접 탁본한 것인데 진주 경상대 교수인 정도화 박사가 보관해 오던 것을 발표했다는 기사였는데,
한글이 가림토 문자와 연관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본격적인 총성이었다
문화일보 게재 기사와 신대문자
물론 그 전에도 가림토 문자에 대해서 종종 논의가 있었다
1983년 제2회 한국사 학술회의에서 안호상 박사가 "단군시대에 한글이 창제되었다는 사실이 '환단고기'에 있다"고 얘기한 것이 갑론을박의 첫 시발점이었고,
1984년 송호수 박사가 '광장'지 1월호에 '한글은 세종 이전에도 있었다'라는 글을 발표했으나 여러 가지 정황상 가림토 문자 자체가 아직 역사학적으로 그 진위가 검증되지 않은
'환단고기(桓檀古記)'라는 역사책에 수록되어 있는지라 주류 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에 문화일보의 기사를 필두로 중앙일보의 기획기사 '아시아 10만리'와 KBS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그 비밀의 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공공연히 다루어짐으로써 주류 세계에 한발짝 더 다가서며 공론화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가림토 문자의 진위를 논하지는 않으련다
가림토 문제를 밝히기 위해서는 그 모태인 '환단고기'의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자리는 1911년 '계연수'가 편찬했다는 환단고기의 진위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라 한글이 세종 대왕 당시 만들어진 글자가 아니라는 점을 우선 밝히는 자리인지라
환단고기 문제는 훗날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다음의 사진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면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일본 가문에 전해져 오는 신대문자
이 글자는 일본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신대문자(神代文字)라는 것이다
일본인 고토(後藤)씨에게서 받은 어떤 고문서 중 일부로서 돌아가신 그 분의 조부가 연구해 오던 자료를 지인에게 건네 받아 어렵사리 구한 자료이다
이것을 왜 공개하느냐 하면, 우리가 지금 당장에 봐야 할 것은 가림토 문자가 아니라 바로 이 신대문자이기 때문이다
가림토 문자의 역사 기원은 불명확하지만 신대문자는 그 역사적 기원이 명백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일본 전역의 신사(神社)에는 일본인 자신들도 뜻을 해독하지 못하는 고대의 비석들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적힌 글자들을 일컬어 신대문자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그 비석에 적힌 글자를 우리는 알아 볼 수 있다
바로 古한글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한글과 유사한 글자 옆에 그 글을 읽는 토가 가타가나로 달려 있는데, 그것이 곧 그 글자를 읽는 발음을 뜻하는 것이다
눈에 띄는 글자만 봐도 무, 도, 모, 오, 소 등의 발음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과 100%일치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그 문장의 해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발음이 똑같다는것에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 아닌가
어찌하여 수천년된 일본의 비석에 한글이 적혀 있다는 것인가?
우리는 이 대목에서 역사상으로 그 진위가 분명한 신대문자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위에서 언급한 가림토 문자로의 환원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글이 너무 늘어지는 관계로 지금까지의 얘기와 자료를 바탕으로 두서를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자
조선시대 기록에는 훈민정음 이전에 어떤 글자가 있어 그것을 본받아 만들었다고 했다
그것을 두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가림토 문자의 진위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그것과 별도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기 이전에 한글과 거의 똑같은 신대문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팩트를 가지고 유추해 보건데, 최소한 신대문자가 새겨진 비석의 시기 이전에 지금 가림토라고 불리우는 X라는 글자가 있었고,
그것을 모델 삼아 일본에서는 신대문자로, 조선에서는 훈민정음으로 각각 전해졌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현재 한글의 기원에 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어쨌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 한글의 모델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바로 그 사실(史實)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가 비단 한국과 일본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문명의 전파성을 놓고 볼 때 충분히 의심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칼럼니스트 이한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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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1985) 『언어』 탑출판사
박종국(1996) 『한국어 발달사』 문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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