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국사가 혜철국사의 유지를 받들어, 삼한(三韓)의 뿌리인 용궁(龍宮)을 안정시키고, 전쟁으로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남해의 물길이 이어진 이곳 현무산 옥룡사를 중건한 그 비결을 풀어보면, 물(水)의 신(神)인 남해바다의 현무(玄武)와 옥룡(玉龍)을 육지로 불러내, 북방의 섬진강 압록의 삼태극(三太極)을 지킨 것은, 곧 동서(東西)의 갈등과 남북(南北)의 대립으로, 육지인 삼한에서 일어난 전쟁의 불(火)길을 진화 안정시킨 것으로, 이는 상극(相剋)으로 상생(相生)의 조화를 이룬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임진왜란과 여·순반란사건으로 옥룡사가 불타버리고 나라가 수난을 당한 것은, 후대 사람들이 옥룡과 현무의 등 뒤, 즉 근본인 남해바다에서 일어난 상극인 불(火)의 신이 일으킨 전쟁포화(砲火)에, 비보(裨補)하지 못한 참혹한 결과였다.
이러한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도참(圖讖)으로 풀어 보면, 첫째로 남해의 용궁(龍宮) 즉 남해바다의 현무와 옥룡으로, 북방의 섬진강 삼태극(三太極)을 지킨다는 것은, 곧 태평양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들과 선린우호를 보다 굳건히 하여, 남해바다를 안정시키고, 혜철국사가 그랬듯이, 한반도 남부 양대 축인 낙동강과 영산강의 중심에 있는 내륙의 섬진강물에서 동서의 갈등을 씻고, 남북의 대립을 해소 한다면, 항차 한반도는 평화로운 낙토가 될 것이며, 우리민족은 무궁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구한말 외세의 침략을 막지 못하고, 종내는 일제(日帝)의 식민지(植民地)로 굴욕스런 치욕을 당하고, 해방 후 발발한 여·순반란사건과 이른바 미 국무장관 애치슨 선언으로 촉발된 6·25동족상잔,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스스로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고, 남해바다가 안정되지 못한 원인이었음을 깊이 새겨본다면, 1200년 전 태어나 옥룡사를 일으켜 삼한을 구한 혜철국사의 방책은, 가히 영원한 삼한의 비책(秘策)이라 할 것이다.
오늘 다시 인연의 때가 도래하매, 이곳 옥룡을 일으켜 옥룡의 머리위에 올라서서, 흩어진 북방의 삼태극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신인(神人)이, 21세기 삼한통일의 영웅이 될 것이다.
이에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긴 비밀의 문을 열면서, 내 비록 성출산(聖出山) 촌부이지만, 백운산(白雲山)의 신령한 현무(玄武)와 옥룡(玉龍)의 웅비(雄飛)를 위하여, 혜철국사와 도선국사 두 사제(師弟)가 불렀을 간절한 노래를, 병술년(丙戌年) 봄볕이 흐르는 섬진강 맑은 물에 띄워 보낸다.
처음 신인(神人)이 있어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긴 비밀의 문을 열고,
남해의 신령한 현무(玄武)와 옥룡(玉龍)을 불러
옥룡의 머리위에 우뚝 서서
삼한(三韓)의 피를 부르던 도적의 무리들을 정벌(征伐)하여
가엾은 백성들을 구하시고
누구나 차별이 없는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연꽃을 피웠네.
주인 없는 삼한(三韓)이 주인을 찾고,
영웅들의 분노와 함성이 전설이 되어버린 어느 해,
남해바다를 불바다로 만들며
정토(淨土)를 강탈하는 수만의 왜구(倭寇)들을 맞이하여,
다시 또 의기(義旗)로 일어선 민초들이 제 몸을 죽여,
시신(屍身)으로 성벽을 만들며 맞서 싸우고 싸우다
끝내는 살아 있는 목숨들이 산채로 불타버린 그날
백계산 뜨는 해는 핏빛으로 가리어졌고
동천(東川)의 붉은 피는 남해로 흘렀네.
그날 이후
현무(玄武)가 놀라 소스라치고,
옥룡(玉龍)이 몸서리를 치며, 울부짖던 이 땅을 일러,
후세의 사람들이 중흥(中興)이라 이름 한 것은,
현무와 옥룡이 다시 살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었으니,
부디 바라건대,
그날 스스로를 불태워 임진왜란의 살육으로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쓰러진 현무(玄武)는
4백년 긴 잠에서 일어나,
다시 또 나라를 지키는 신령(神靈)한 수호신(守護神)이 되고,
옥룡(玉龍)은 남해바다 깊은 물길 속을 박차고 다시 날아올라,
백운산(白雲山)에서 백두산(白頭山)까지
우리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주체가 되고
백계(白鷄)는 다시 해뜨는 부상(扶桑)의 가지로 날아올라
힘찬 목소리로 동방의 나라를 새 세상으로 인도하소서.
출처: 박혜범 데일리안광주전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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