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주체사상이 세계 10대 종교 자리에 올랐다. 미국의 인터넷 종교통계 사이트 어드히어런츠 닷 컴(adherents.com)의 집계 결과다.
이 사이트는 '주체교(敎)'를 신도수(1900만명)로 따져 세계 10위의 종교로 꼽으면서 왜 그것이 종교로 분류되는지 길게 설명했다. 북한측은 주체사상을 종교가 아닌 세속의 윤리철학이라고 주장하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명백히 종교라는 것. 또 주체사상이 대단히 '이단적'이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공산주의의 한 분파라는 일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그것은 불교를 힌두교의 이단분파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도 폈다.
사실 북한 전 주민의 일상을 지배하는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체계로, 북한을 일종의 신정(神政)국가로 보는 시각은 새롭지 않다. 나도 얼마 전 이 난에서 우리 사회의 북한 맹종자들을 사이비종교의 광신도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거니와 적지 않은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언론이 북한을 신권(神權)체제의 틀로 해석한다. 내가 '드디어'라는 표현을 쓴 이유다.
이를 테면 박완신 교수는 북한의 통치이념인 수령론이 주체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모든 정치·사회적 생명체의 중심이 수령이며 그는 하나님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게 그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곧 하나님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김일성 그이는 한울님'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거대한 우상신권정체로 규정될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또 독일의 NDR 라디오는 2004년에 방송한 북한 방문기에서 기독교의 성삼위일체를 북한판 삼위일체에 대응시켰다. 즉 무오류에 전지전능한 존재로 주민 위에 군림하는 김 부자는 각각 성부와 성자, 주체사상은 성령에 대비된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박성조 교수는 김정일이 스스로를 하나님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북한이 기독교계 NGO의 지원활동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김정일이 '하나님이나 기독교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체제유지에 기여하기 때문'이며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다른 하나님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 이같은 분석은 북한의 이른바 조선종교인협의회가 며칠 전 방북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북한지부 설립 요청을 완강하게 반대한 것과 맥이 닿는다.
그래, 북한이 주체교를 믿는 거대한 종교집단이라고 치자, 그게 어쨌다는 거냐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내재화된 확고한 신념체계로서 종교적 맹신, 특히 광신적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거나 간과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선에서 일본군이 옥쇄(玉碎)를 부르짖으며 전멸할 때까지 싸운 것도 단순한 애국심에서가 아니라 당시까지 현인신(現人神)이었던 천황을 위해서였다. 또 1978년 가이아나에서 900여명이 집단자살해 세계를 경악케한 인민사원 참사도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명에 따라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니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도 일부 이슬람 광신도들에 의해 자행되는 무수한 테러를 보라. 그들에게는 이성이나 합리성을 기대할 수 없다. 자기들이 맹종하는 신이나 교주를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다.
우리가 동족으로 여기고, 마주앉아 대화하는 북한사람들이 그렇다고 한다면 오싹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더욱이 현재 북한은, 절대권력을 쥐고 신도들에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면서 신도들을 가이아나의 오지에 몰아넣고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시킨 끝에 죽음으로 몰고 간 존스의 인민사원파를 고스란히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우리식 잣대,일반적인 상식으로 북한을 상대해서는 안된다. 새롭게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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