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대표 = 도(道)란 무엇인가. 기(氣)는 1초에도 수천, 수만 번 변한다. 변화는 흐름을 낳는다. 그 기의 흐름이 도다. 즉, 우주가 음(陰)과 양(陽)으로 운동하는 길을 도라 한다.
중국의 행정구역 단위는 성(省), 일본은 현(縣)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도(道)다. 성이나 현 모두 지키고 보살핀다는 뜻이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길이란 뜻이다. 무심코 쓰는 말이지만 중국과 일본은 변화보다 지키겠다는 마음이 강하며,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도를 추구하는 마음이 흐르고 있다.
도는 지공무사(至公無私)다. 누구나에게 예외 없이 골고루 적용된다. 마치 햇빛이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고 비추는 바와 같다. 세상의 도를 아는 자라면 세상이 흘러가는 길이 보이고, 비록 가지 않은 길이라도 그 길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 나뭇잎 한 잎이 눈앞을 가려서 태산을 보지 못한다. 천하대세(天下大勢), 즉 패도(覇道)를 읽을 줄 알아야한다.
예언이란 신비한 눈이 아니라 천하대세를 읽은 도이다. 도의 입자에서는 예언이라기보다 조짐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그러나 도를 도라고 말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예언을 예언이라고 말하면 이미 예언이 아닌 것이다. 특출한 사람만이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음미하여 도를 안다면 적어도 조짐을 알 수 있다. 도는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분구필합 합구필분(分久必合
合久必分)이라 했다. 나뉜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합한 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뉜다는 뜻이다. 이는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는 이치와 같다.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 또한 이러하다. 특별히 동북아시아 대륙의 역사를 음미해보자.
하(夏 기원전 21세기~기원전 17세기), 은(殷 기원전 17세기~기원전 11세기 중반), 주(周 기원전 1050년께~기원전 256년),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년~기원전 221년), 진(秦 기원전 221년~기원전 207년), 전한(前漢 기원전 206년~서기 9년), 신(新 9~23년), 후한(後漢 25~220년), 삼국시대(220~280년), 서진(西晉 265~316년), 십육국시대(316~439년), 남북조시대(439~589년), 수(隋 581~618년), 당(唐 618~907년), 오대십국시대(907~960년), 요(遼 916~1125년), 송(宋 960~1279년; 남송과 북송으로 나뉘어 공존), 금(金 1115~1234년), 원(元 1271~1368년), 명(明 1368~1644년), 청(淸 1616~1912년), 중화민국(1911~현재), 중화인민공화국(1949~현재)
개국 초기 1000년 왕국을 꿈꾸지 않은 제후가 어디 있었을까. 천하대세를 잡고 호령하던 대제국도 성자필쇠(盛者必衰)의 길을 간다. 대제국도 하룻밤의 꿈이다. 통합은 짧고 분열은 긴 것이 대륙의 역사였다. 성쇠의 주기만 다를 뿐 통합은 대개가 짧게는 수십 년에서 2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중국대륙은 그만큼 넓다. 중국의 대변화는 종종 천재지변과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공권력이 무력화되고, 민심이 흉흉해지고, 민란으로 확대되어 마침내 변혁의 방아쇠로 작용하곤 했다. 지금의 중국 대륙은 어느 시점에 와 있을까.
우리의 최근세사를 돌아보면 중국의 길도 짐작을 할 수 있다. 1979년 10·26 이전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릴 줄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겠는가. 세상은 김재규가 사건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천하대세를 본다면 이는 시대의 요청일 뿐이다.
보릿고개 시절 국민들의 소망은 '잘살아보자'였다. 경제개발을 통해 이 염원은 실현되었다. 하지만 굶주림을 면한 국민이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쌀이 아니었다. 자유였다. 조금 더 배부르기보다 자유를 갈구했다.
박 대통령은 말년에 유신개헌을 강행하고 긴급조치를 남발했다. 몇 사람만 모여도 잡아갔고, 작은 불만을 쏟아내도 정보부원들이 들이닥쳤다. 자유의 갈망을 통제하려는 공권력의 발작적 남발은 엄습해오는 천하대세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의 표출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대통령은 그 거대한 대세에 맞서 강압에 의존했고, 안타깝게도 비명에 가고 말았다.
지금의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의 최근 사태를 보면 유신정권말기를 연상케 한다. 1999년 7월 중국 정부는 파룬궁을 불법조직으로 규정했다. 심신수련을 하는 파룬궁은 실제로 중국정부가 두려워하는 '자유'를 수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룬궁 수련자 수가 공산당원의 수보다 많은 1억명이 넘어가자 불안을 느낀 중국 공안은 대대적인 마녀사냥에 들어갔다.
외신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파룬궁 수련자 수십만명을 36개 이상의 노동수용소에 보냈고, 3000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으며 2000년부터 2005년까지 4만여건에 달하는 장기가 파룬궁 수련자로부터 적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티베트 사태, 최근의 위구르 사태가 발생하여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 수천여명 이상이 암암리에 목숨을 잃었다.
이제 독립이란 말만 나와도 중국 군대와 공안이 출동한다. 주변국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을 동원해 역사 왜곡을 해가며 동북공정을 강행하고 있다. 백두산에서 조선족을 쫒아내고 비행장을 건설하고, 얼마 전에는 안시성을 취재하던 모 대학총장과 교수들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예술의전당에서 예약된 공연이 돌연 취소되었는데, 파룬궁과 관련되었다며 중국 특사가 외교 라인을 통해 강하게 항의한 결과였다. 중국은 지금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있다. 뿐만 아니라 지진, 태풍 등 대규모 천재지변까지 속출하여 수만의 사상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래의 1년은 옛날의 100년에 맞먹는 속도다. 올해로 마오쩌둥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이 되었다. 쑨원이 세운 중화민국은 100년이 다 되고 있다. 모이고 흩어져온 중국대륙의 역사. 여름이 오면 두꺼운 외투는 필요가 없다. 빈곤했던 중국대륙은 이제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하다. 중국 정부는 경제대국의 장밋빛 청사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천하대세는 자유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시대다. 전파를 타고 번지는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거미줄로 공기를 잡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TV, 인터넷 정보를 통해 이미 중국인들은 자유를 맛보았다. 특히 옌벤의 조선족들은 우리나라에 체류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자본주의와 자유를 체험학습하고 돌아갔다. 온순한 민족이라 폭동까지야 모르겠지만 이미 마음은 중국공산당의 획일적 평등에 대해 궤를 달리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확산되고 몸에 밴 자유를 과연 총칼로 막을 수 있을까. 천하대세는 무력한 숙명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에 불과하지 않다.
불교에 '추탁동시(鶵琢同時)'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21일째 부화가 되기 위해선 알속의 병아리 혼자 알을 깨고나오지 못한다. 안에서 신호를 보내면 밖에서 어미가 쪼아야한다. 안에서 신호가 없는데 어미가 쪼아도 알은 깨지 못하며, 안팎으로 신호를 보내고 호응해야만 비로소 탄생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인간이 원하고 하늘이 동하여 새롭게 나온다는 뜻이 추탁동시다.
얼마전 내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생긴다고 하자 세간엔 해석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해석은 북한의 대격변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태평양을 양어장으로 보라고 권한 바 있다. 한반도의 대변화는 늘 대륙 변화의 일부였다. 대륙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한반도의 변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에 대한 인식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압록강 용천 열차 폭발 사고 때 북한은 이미 국가로서 위상을 상실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몇 명만 모여도 공안들이 잡아가는 북한에 수천명이 기차역에 나와 있었고, 폭발 직후 김정일의 측근들이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전말과 배후는 차마 말할 수 없지만, 이때부터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존립 위기에 빠졌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이 우리나라만 위협한다는 생각 또한 동해안만 우리의 양어장으로 생각하는 꼴이다.
누구도 북한의 붕괴를 부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과연 누가 북한을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확신하는 이는 없다. 아니, 오히려 불투명성이 더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일이 남북간의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넓은 태평양의 눈으로 보면 다른 입장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중국을 비롯해 자국을 노리는 대륙의 강대국에게 더욱 위협적이며, 북은 지금 최후의 몸부림 상태다.
북한은 과연 스스로 붕괴할 것인가. 비록 국가로서 식물인간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해도, 통일은 외부적 계기가 있어야한다. 중국이 심상치 않은 조짐이 바로 그것이다. 경천동지란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뿐 아니라 바로 중국의 분열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막강하던 철의 정권 소련은 70년을 넘기지 못하고 붕괴했다. 그리고 여러 개의 국가로 쪼개졌다. 거대한 북구동토는 같이 죽느니 살기 위해서 각자 살림을 따로 차릴 수밖에 없었다. 개국 60년을 맞이한 중국도 어떠한 계기로 하루아침에 분열을 맞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지금 중국의 조짐이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분열만이 중국이 살기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만약 중국이 분열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의 영향권에 있는 북한은 세력의 균형을 잃을 것이고, 문화와 정서가 다른 조선족 자치주 간도와 연해주, 독립열기가 강한 몽골의 연쇄적 분열을 촉발할 것이 자명하다.
100년 전 간도와 연해주는 우리 한민족이 들어가 개간한 땅이었다. 단군이래로 백두산족(조선족)들은 한반도의 몇 배가 넘는 동아시아를 무대로 살아왔다. 남북 간의 통일로만 국한다면 나뭇잎 하나 때문에 태산을 보지 못한 꼴이다. 우리는 단지 통일만 준비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재편되는 동북아를 겨냥한 발상을 준비해야한다.
이제 남북 '통일'이란 말도 폐기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통일은 일방적인 무력 점령이란 의미가 짙기 때문이다. 이제 동북아 '공존'이란 개념과 말로 바꾸어야한다. 상상도 못할 동북아 연방국가의 조짐….
경제대국 일본과 대한해협을 잇는 해저터널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해저터널은 동북아의 동맥이 될 것이다. 제2의 실크로드가 될 것이다. 일본의 힘을 평화적으로 유도하여 통일비용을 마련하고 북한 경제, 나아가 동북아에 활기를 불어넣게 해야 한다.
추탁동시라고 했다. 1909년 9월 간도협약에 대해 100년이 되기 전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실정법 운운하며 주저앉아 있기보다 누구라도 절실한 마음으로 바라지 않으면 경천동지의 소용돌이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북한뿐 아니라 간도와 연해주, 그리고 우리를 형제국으로 극진히 생각하고 있는 몽골과 연합하는 거대한 동아시아 연방국가의 꿈을 꾸어야할 때다.
국가의 지도자들은 이제 눈앞의 나뭇잎을 떼어 내고 태평양을 양어장으로 하는 큰마음을 품어야한다. 기존의 종교, 이념, 정보, 지식이 바로 눈앞의 나뭇잎이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을, 태평양 같은 마음을 가져야한다. 하늘은 준비하는 자에게 알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올해 기축년은 큰 변화를 예고하는 해다. 400년 전 기축옥사 때 1000여명의 선비가 옥사하였고 3년 뒤 임진왜란이 발발하여 7년간 조선이 황폐화되었다. 1948, 1949년 여수·순천 사건과 제주 4·3사건을 지낸 뒤 이듬해 6·25전쟁으로 전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올해 다시 맞은 기축년, 어떤 격변이 도래할 것인가. 대격변은 불청객처럼 예고 없이 하루아침에 찾아올 수 있다.
지금 나는 단군왕검을 비롯하여 우리 민족의 창업자 13분의 100일간 구명시식을 올리고 있다. 간도 협약 무효소송을 준비 중이다. 추탁동시! 미래는 준비한 자의 몫이 아니던가.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하늘을 향한 기도다. 그러한 것이 도라고 생각한다.
후암미래연구소 www.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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